ARTIST ROOM

김나래작가

2부(30s)

행복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하고 엮어서 하나뿐인 평화로운 안식처로 창조해낸다. 불안으로 가득찼던 시기를 지나며 편안함이 머무는 공간을 그리게 되었다.

작가노트
2026-08-07

행복한 순간에도 늘 그 행복이 닳아 없어질까 봐 겁이 났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미리 당겨 쓰며 불안을 가불하던 날들, 마음이 소란할 때면 무작정 숲길을 걷고 나무 아래에 숨으며 바다 앞에 멈춰 섰다. 자연은 언제나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며 다정한 온기를 건넸고, 작업은 그렇게 길 위에서 주워 올린 평온의 조각에서 시작되었다.

작업은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품게 된 자연에 대한 본능적 갈망과 자연이 가진 치유 능력을 뜻하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에 바탕을 둔다. 화면은 행복에 대한 기억의 파편을 재구성하고 엮어낸 어디에도 없는 세계이다.

화면 속 시간은 정지된 듯 고요하다. 꽃잎은 떨어지기 직전의 찰나로 영원하고, 바람은 불고 있지만 공기는 고요히 머문다. 이 붙잡고 싶은 평화의 시공간 속에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동물은 경계 없이 교감한다. 자유롭고 경쾌한 색 조합으로 화면은 정적이지만 따스한 온기를 머금는다.

극적인 환희보다 차를 마시고, 산책을 하며, 가만히 먼 곳을 바라보는 지루할 만큼 평범한 일상의 단면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 사소한 순간 속에 진정한 행복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품을 통해 현대인들이 정서적 치유의 경험을 공유하고, 고단한 하루 끝에 조용한 쉼표 하나를 찍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나아가 이 정지된 풍경이 각자의 내면에서 행복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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