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경작가
영아티스트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궁극적인 원인은 대부분 자기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는 데에서 파생된다. 하지만 바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수많은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난무하는 환경 속에서 정작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유현경은 이러한 본질적인 원인을 고찰하며, 디자이너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시각예술을 통해 사람들이 자아 인식과 성찰을 경험하도록 돕는 데 있다고 믿는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힘이 강할수록 세상에 더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에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디자이너의 핵심 역할로 여기며, 내면·감정·자아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행위가 더욱 의미 있고 시각예술의 본질적인 매력이자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은 작업 전반에 드러나며, 내면세계·자화상·환경 문제 등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반성할 수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영상 작업을 전개한다. 대부분의 작업물은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도록,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표현한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은유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이 주를 이루며,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영상 작업은 일부러 속도를 느리고 더디게 하여, 감상자가 일상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그 안에서 감상자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하고, 감정의 결을 따라가며 잊고 있던 내면의 목소리를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누적될수록 사람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존재와 감정에도 더욱 민감해진다. 이는 이해의 폭을 넓히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태도로 이어지며, 결국 현대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고자 하는 철학으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