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준작가
영아티스트
도자 예술에서 기(器)는 신석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흐름과 역사를 함께해 왔다. 물건을 담고 보관하기 위한 필요성에서 시작된 기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기능과 의미가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실용적 용기에서부터 종교적 상징물, 권력과 권위의 표현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현대 도예 분야에서는 예술적 표현의 매개체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기의 형태는 일반적으로 기벽을 기준으로 내부와 외부가 구분되며, 무엇인가를 담기 위한 내부 공간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나는 ‘담는다’는 기의 본질적 기능에서 비롯된 이 내부 공간을 작품의 조형적 표현 요소로 활용하였다. 비물질적인 공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건축에서 창이 가지는 의미와 이미지를 차용하여 기의 내부 공간을 시각화하고자 하였다. 기와 건축물은 내부 공간의 활용을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인류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동굴과 같은 자연 공간을 거주지로 삼았고, 이는 문명의 발달과 함께 현대 건축물의 형태로 발전하였다. 건축물은 바닥, 벽, 지붕 등의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며, 그중 창은 외벽을 장식하는 동시에 외부의 빛을 내부로 들여와 공간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창을 통해 자연경관을 내부로 끌어들이고,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거나 확장하는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창은 이처럼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고 관계성을 형성하는 핵심적 장치이다. 나의 작품은 이러한 창의 이미지를 기의 형태에 접목하여 내부와 외부를 잇는 매개체를 만들었다. 형태의 일부로 삽입된 창을 통해 빛이 드나들고 그림자가 형성되면서, 내부 공간이 조형적으로 드러난다. 이를 통해 기의 내부 공간을 단순히 담는 기능에 한정짓지 않고, 조형적 요소로 재해석함으로써 기(器)가 지닌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