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서영작가
영아티스트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저의 작업은 시작됩니다.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매일을 살아내는 이유를 찾는 여정을 풀어내고, 이는 각기 다른 모양과 질량의 불안정함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무수한 관계 속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어긋남과 그로 인해 파생된 불안을 자주 느끼게 되면서,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시작은 '내면아이'(우리의 인격 중에서 가장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부분으로, 감정을 우선시하는 직감적인 본능을 말하는데, 태어났을 때의 본래 모습이자 핵심적인 자아, 타고난 인격을 말함)를 인식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근원을 마주함으로써 저를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은 삶 속 많은 문제에 대한 실마리가 되어주었습니다. 깊은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망각했던 기억과 감정들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고, 이는 자아를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서사의 출발점인 인창중앙공원의 잔상을 작품의 배경으로 두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마다 고양이에게 사료를 챙겨주거나, 공원을 산책하며 위로받았던 기억들이 강하게 남아 있어, 그 시선이 자연스레 화면 위로 스며들었습니다. 사진에서 회화로의 전환은 더는 그것이 ‘본연의 것’이 아님을 드러내며, 이는 기억이 지닌 왜곡의 속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우리가 과거를 회상할 때 중간중간 느끼게 되는 흐릿하고 굴절된 감각처럼 말입니다. 비눗방울, 눈물, 실과 같은 가변적이고 비정형적인 재료들은 작품 속 화면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이들은 터질 듯 터지지 않는 불안정함과 미해결된 감정, 그리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기억의 성질을 상징하는데, 위태로움 속에서도 끝내 머물렀던 미약한 듯 선명한 ‘빛’을 그려내는 도구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