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혜주작가
영아티스트
일상의 우연한 풍경은 나의 감각을 깨우고, 감정을 집중시킨다. 사실 그 우연은 반복되고 있었지만, 인식하지 못했던 탓에 스쳐 지나가곤 한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마주친 장면은 나의 시간과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도심 속, 우거진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 수많은 잎들 속에 홀로 핀 꽃, 햇살 좋은 날의 나무 그림자 같은 익숙한 풍경들은 누군가에게는 무심한 배경일 뿐이지만, 나에게는 조용하고 깊은 감정을 불러온다. 그 감정의 순간들은 단순한 인상이 아니라, 기록하고 싶은 ‘발견’이 된다. 나는 그러한 감정을 광목천 위에 선과 색으로 남긴다. 광목천의 자연스러운 색감은 마치 풍경의 바탕처럼 느껴지고, 그 위에 색을 얹는 행위는 내가 마주한 자연을 다시 바라보고 감각적으로 되새기는 과정이다. 특히 천의 짜임 사이로 물감이 스며드는 모습은 마치 빛과 색이 서서히 눈에 번져드는 경험처럼, 감정이 천천히 스며드는 인상을 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번짐과 움직임, 선의 흔적은 나의 시선과 감정이 응축된 또 하나의 풍경이 된다. 실제 장면에 빛이 없었더라도, 작품 안에서는 감정의 잔상처럼 빛의 선이 스며든다. 형태의 경계를 흐리게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가 각자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꺼내어 감정과 연결짓도록 유도한다. 그 안에서 자유롭게 상상하고 감정을 확장하는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