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OOM

장현준작가

히든아티스트

저의 작업은 언어로 규정되기 이전의 감각과 무의식의 흔적을 탐구하는 과정입니다. 캔버스는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는 장(field)이며, 저의 붓질과 행위는 그 위에 남겨진 기록이자 에너지의 잔상입니다. 저의 캔버스는 전통적인 물감 대신 빛과 데이터로 그려집니다. 디지털 공간 안에서 저는 색의 레이어를 무한히 중첩하고, 가상의 제스처와 알고리즘의 우연성을 교차시키며 보이지 않는 감정의 건축을 시각화합니다. 도시의 리듬, 기억의 파편, 관계 속 긴장감들은 픽셀의 집합으로 재구성됩니다. 각 요소들은 서로 밀고 당기며 화면 위에 시각적인 시(詩)를 써 내려갑니다. 이 비물질적인 작업은 스크린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라는 물리적인 실체로 ‘전환(translation)’되는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마무리됩니다. 디지털에서 태어난 이미지가 안료 잉크의 형태로 물리적인 캔버스 천의 질감 위로 스며드는 순간, 차가운 데이터는 따뜻한 감각의 대상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는 단순한 ‘인쇄’가 아닌, 빛의 신호를 안료의 흔적으로 ‘번역’하는 개념적 행위입니다. 일시적이고 유동적인 데이터가 캔버스 위에 고정될 때, 가상의 이미지는 고유한 아우라를 지닌 단 하나의 오브제가 됩니다. 따라서 제 작업은 원본과 복제의 이분법을 해체하고, 비 물질적 데이터가 어떻게 고유한 예술적 실체가 될 수 있는 지를 묻습니다. 이는 기술과 감성, 가상과 실재가 교차하는 동시대의 풍경에 대한 저만의 시각적 주석 (Visual Annotatio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