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OOM

조한진작가

영아티스트

흑백과 회색의 스펙트럼 안에서 질감과 구조, 여백을 중심으로 시선을 정리하는 사진작가 조한진입니다. 저는 일상의 흔적 속에서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화면을 구성하며, 시각적 절제미를 추구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시선을 확장하여 '개념의 회색지대'를 탐구하는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유(思惟)'와 '자유(自由)' 사이의 미묘한 간극에 주목합니다. 자유를 향해 나아가지만, 나아가고 있음을 인지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자유와 멀어지는 감정, 그리고 두 개념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며 균형을 잡으려는 에너지를 렌즈에 담습니다. 사진을 시작하게 된 것은 과거 방송국 보도국에서 근무하며 시각 언어의 힘을 체감했던 것이 계기였습니다. 그 경험 이후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하며 저만의 시선을 다듬어 왔습니다. 앞으로도 회색의 층위와 여백의 미학을 도구 삼아, 두 개념 사이의 간극과 그 틈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진동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작업을 지속할 것입니다.

신앙과 생활. 그 간극
2026-04-18

[작업명]
신앙, 생활 (Faith, Life)
[기획 의도 및 작업 설명]

신앙은 누구에게나 보이지 않는 평등한 구원을 약속하지만,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의 삶은 철저하게 계급화되어 있다. 본 작업 <신앙, 생활>은 이 좁혀지지 않는 거대한 모순의 간극 속에서, 종교적 숭고함이 가장 제한된 물리적 조건(쪽방촌)과 만나 어떤 기이한 물성(Materiality)으로 발현되는지를 추적한 기록이다.

그곳에서 발견한 신앙의 흔적들은 화려한 대형 교회의 십자가와는 달랐다. 버려진 옷걸이 철사를 구부려 만든 십자가, 곰팡이 핀 시멘트 외벽에 테이프로 짓이기듯 붙여놓은 세례명 '마티아', 부서진 합판 문짝에 위태롭게 매달린 낡은 예수상. 이것들은 단순한 종교적 성물이 아니라, 사회적 익명성 아래 지워져 가는 개인이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벽에 새겨 넣은 날 것 그대로의 생존 흔적이었다.

<신앙, 생활>이라는 두 단어 사이의 쉼표(,)는 그들이 겪고 있는 단절이자 틈이다. 나는 이 틈새, 즉 빛이 들지 않는 좁은 방 안에서 살갗을 파고드는 가난의 질감(생활)과 허공을 향해 급조된 십자가(신앙)가 엉켜있는 그 서늘한 물리적 충돌 자체에 시선을 맞췄다. 이 작업은 신의 구원이 왜 무력한지를 탄식하는 얄팍한 질문이 아니다. 그 완벽한 단절 속에서도 기어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내고야 마는 처절한 물성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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