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명] Intervals (간격들)
[기획 의도 및 작업 설명]
본 작업 는 3차원의 거대한 도시 구조물을 작가의 철저한 시각적 통제 아래 2차원의 기하학적 벡터(Vector) 이미지로 환원시키는 '스케일의 붕괴(Collapse of Scale)' 실험이다. 이것은 단순히 건축의 조형미를 탐구하는 형식주의적 유희가 아니다. 거대한 실체마저 스크린 속 평면의 픽셀과 데이터로 납작하게 소비되는 현대 사회의 시각적 조건을 은유하기 위해, 나는 육중한 질량과 중력을 가진 현실의 구조물들을 가장 얇고 예리한 선과 면으로 강제 해체하여 피사체의 물리적 권력을 박탈한다.
제목 은 이토록 완벽하게 압축된 평면의 이미지와 그것이 원래 지니고 있던 거대한 현실의 질량 사이에 발생하는 서늘한 **'인지적 괴리(Gap)'**를 의미한다. 나는 건축물이 가진 현실의 맥락—하늘, 땅, 사람, 혹은 그것의 실제 크기나 용도를 짐작할 수 있는 모든 공간적 단서—을 프레임 밖으로 완벽하게 도려냈다. 피사체가 100미터 높이의 거대한 빌딩 파사드(Facade)인지, 혹은 계단 난간의 10센티미터짜리 모서리인지 관객은 더 이상 가늠할 수 없다. 현실의 중력과 원근감이 거세된 프레임 속에서, 건축물은 그저 베일 듯 날카로운 선과 기하학적인 면으로 해체된다.
나는 이 과정에서 흑백(Monochrome)의 극단적인 명암비를 활용했다. 매끄러운 콘크리트와 금속, 유리의 표면 위에 떨어지는 예리한 빛의 경계는 입체적인 구조물을 평면의 도형으로 압축한다. 특히 프레임 안의 깊은 검은색(Black)은 단순한 여백이 아니다. 그것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외부 세계의 속도와 3차원의 공간감에 강력한 제동(Braking)을 거는 능동적이고 단단한 '멈춤의 면'이다.
이 사진들은 건축물을 설명하거나 기록하지 않는다. 그저 피사체를 점, 선, 면이라는 가장 순수하고 건조한 시각적 최소 단위로 지배할 뿐이다. 관객들이 맥락이 소거된 이 기하학적 미로 속에서 스스로의 공간 감각을 잃고, 이미지와 현실 사이의 기묘한 '간격(Interval)'과 흑백의 리듬 자체에만 멈춰 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