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OOM

조한진작가

영아티스트

흑백과 회색의 스펙트럼 안에서 질감과 구조, 여백을 중심으로 시선을 정리하는 사진작가 조한진입니다. 저는 일상의 흔적 속에서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화면을 구성하며, 시각적 절제미를 추구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시선을 확장하여 '개념의 회색지대'를 탐구하는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유(思惟)'와 '자유(自由)' 사이의 미묘한 간극에 주목합니다. 자유를 향해 나아가지만, 나아가고 있음을 인지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자유와 멀어지는 감정, 그리고 두 개념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며 균형을 잡으려는 에너지를 렌즈에 담습니다. 사진을 시작하게 된 것은 과거 방송국 보도국에서 근무하며 시각 언어의 힘을 체감했던 것이 계기였습니다. 그 경험 이후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하며 저만의 시선을 다듬어 왔습니다. 앞으로도 회색의 층위와 여백의 미학을 도구 삼아, 두 개념 사이의 간극과 그 틈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진동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작업을 지속할 것입니다.

간격들.
2026-04-18

[작업명] Intervals (간격들)
 
[기획 의도 및 작업 설명]
본 작업 는 3차원의 거대한 도시 구조물을 작가의 철저한 시각적 통제 아래 2차원의 기하학적 벡터(Vector) 이미지로 환원시키는 '스케일의 붕괴(Collapse of Scale)' 실험이다. 이것은 단순히 건축의 조형미를 탐구하는 형식주의적 유희가 아니다. 거대한 실체마저 스크린 속 평면의 픽셀과 데이터로 납작하게 소비되는 현대 사회의 시각적 조건을 은유하기 위해, 나는 육중한 질량과 중력을 가진 현실의 구조물들을 가장 얇고 예리한 선과 면으로 강제 해체하여 피사체의 물리적 권력을 박탈한다.
제목 은 이토록 완벽하게 압축된 평면의 이미지와 그것이 원래 지니고 있던 거대한 현실의 질량 사이에 발생하는 서늘한 **'인지적 괴리(Gap)'**를 의미한다. 나는 건축물이 가진 현실의 맥락—하늘, 땅, 사람, 혹은 그것의 실제 크기나 용도를 짐작할 수 있는 모든 공간적 단서—을 프레임 밖으로 완벽하게 도려냈다. 피사체가 100미터 높이의 거대한 빌딩 파사드(Facade)인지, 혹은 계단 난간의 10센티미터짜리 모서리인지 관객은 더 이상 가늠할 수 없다. 현실의 중력과 원근감이 거세된 프레임 속에서, 건축물은 그저 베일 듯 날카로운 선과 기하학적인 면으로 해체된다.
나는 이 과정에서 흑백(Monochrome)의 극단적인 명암비를 활용했다. 매끄러운 콘크리트와 금속, 유리의 표면 위에 떨어지는 예리한 빛의 경계는 입체적인 구조물을 평면의 도형으로 압축한다. 특히 프레임 안의 깊은 검은색(Black)은 단순한 여백이 아니다. 그것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외부 세계의 속도와 3차원의 공간감에 강력한 제동(Braking)을 거는 능동적이고 단단한 '멈춤의 면'이다.
이 사진들은 건축물을 설명하거나 기록하지 않는다. 그저 피사체를 점, 선, 면이라는 가장 순수하고 건조한 시각적 최소 단위로 지배할 뿐이다. 관객들이 맥락이 소거된 이 기하학적 미로 속에서 스스로의 공간 감각을 잃고, 이미지와 현실 사이의 기묘한 '간격(Interval)'과 흑백의 리듬 자체에만 멈춰 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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