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작가
평면
가족들이 모두 독실한 천주교 신자들이던 나는 어릴 때부터 사후세계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나는 종교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신은 믿지 않았다. 자연스레 신이 없다면 우리가 죽으면 어디로 갈까 라는 생각을 했고, 그때마다 끝없는 공허함을 떠 올리면 가슴 깊숙이에서 올라오는 공포감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항상 나를 압박해 왔다. 하지만 삶의 고통이 극에 달했을 때, 죽음에 대한 공포가 고통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이후로 죽음이 나를 압박하는 이유는 삶의 영역을 벗어나게 하지 않게 위함이란 것을 깨달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시각화 했다. 가운데 사각형에 갇혀있는 사람은 죽음의 공포가 삶을 압박하는 모습이자 죽음의 공포가 죽음으로부터 삶을 보호하는 모습이다. 외곽은 죽음을 표현했다. 여백은 공허함 이고, 여백의 점과선과면은 죽음을 상징한다. 우리는 죽음을 다른 말로 ‘돌아간다’라고 말한다. 돌아간다는 말은 처음에 어디서 왔다가 다시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 돌아간다는 말에 주목했다. 어떤 행태든 그 시작은 점과 선과 면으로 시작했으니, 다시 돌아가 점과 선과 면으로 환원 되게 끔 그려 죽음을 조형적으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