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경작가
히든아티스트
이야기의 시작은 몇 년 전 떠났던 발리로의 휴가에서 시작된 것이다. 내가 이런 주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를 찾자면, 2018년 떠났던 발리로의 이주간의 휴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절친한 동생과 동행한 여행이었는데, 둘 다 일에 치여 살다 몇 년 만에 떠나는 휴가였다. 발리는 서핑의 성지라 불리며 많은 서퍼들이 찾는 곳이고, 우리도 도전해 보고자 한 해변가로 향했다. 그곳은 아름다운 석양으로도 유명한 곳인지라 우리는 일부러 5시 즈음 해변가로 향했고, 인터넷에서 일러 준 대로 순진한 얼굴의 동네 청년들이 서핑을 배우겠냐며 말을 걸어왔다. 두 시간의 수업을 약속하고 바다로 들어갔지만, 생각과 달리 파도 위에 내 몸을 싣기보다는 짠 바닷물에 허우적대며 금세 지쳐갔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포기 선언을 했고 그대로 돌아갈 줄 알았던 우리를 서핑보드 위에 태운 채로 이 친절한 청년들은 조금 더 수평선 가까이 나아갔다. 우리의 시선 앞에는 그 누구도 없었고 파도는 가끔 출렁이는 정도였으며 마침 석양이 지기 시작했다. 눈 앞에 펼쳐진 황홀경에 넋을 잃고 있다, 내 옆 물속에서 얼굴만 내밀고 있는 청년의 얼굴을 보았다. 나는 서핑 보드 위에 올라가 있지만 그는 이따금 파도가 높게 칠 때면 고스란히 소금물 속에 얼굴을 담가야 했고, 나 이전에도 많은 이들에게 서핑을 가르쳐 주었다면 상당히 피곤했을 터인데 그의 얼굴은 아이같이 행복해 보였다. 나도 모르게 “Are you happy?” 라고 물었고 잠시의 고민도 없이 “yes!” 라고 그는 답했다. 그 이유는 들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눈 앞에 펼쳐진 황홀한 광경에 넋을 잃고 있다 나를 도와주던 청년의 얼굴을 보았다. 나는 서핑 보드 위에 올라가 있지만 그는 물 속에 들어가 있고 보드에 팔만 걸친 채 매달려 있는 모습이기에 파도가 가끔 높게 칠 때면 고스란히 소금물 속에 얼굴을 담가야 했다. 이렇게 몇 시간씩 바닷속에 들어와 있으면 너무 힘들 것 같은데 그의 얼굴이 아이같이 행복 해보여 나도 모르게 “Are You happy?” 라고 물어보았다. 잠시의 고민도 없이 “Yes!”라고 그가 답했고, 이유를 들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 날을 시작으로 발리 여행 중간 무렵부터는 이미 그곳으로의 이민을 생각할 정도로 나는 몹시 행복했다. 이런 곳에서 좋은 차, 가방, 구두가 무슨 소용인가. 이곳에서의 삶을 생각하니 갑자기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가로 가 온통 푸른색으로 뒤덮인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졌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 풍경, 감정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고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 장면들에 매료된 것은 강한 동경에서 비롯한 것을 깨달았다. Relax 라는 단어의 의미를 우리는 살면서 몇 번이나 생각하는가? 태어나서 몇 년간의 아주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타이트한 스케쥴 속에 살아가는 것이 익숙하다. 짧은 인생이 어느 순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버텨나가는 것이 되어 가는 현실의 분위기가 안타깝다. 작품들은 휴양지의 모습들을 모티프로 삼아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을 녹여냈다. 이 작품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잊어버리고 있던 행복을 떠올리게 하며, 시간을 내어 일상에 저항하여 작은 변화를 일으키기를 바란다. 또한 에우다이모니아를 찾는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