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시영작가
평면
언어의 끝에서 작가의 작품은 각기 다른 시간들이 침잠되어 있는 표현법이지만 이쯤 되면 혼재와 부재의 차이를 묻고 싶어진다. 국문학을 한국어로 확장하고 이를 언어학으로 확장했을 때, 모든 언어는 혼재와 부재가 공존한다. 파괴적인 충동에서 오는 반강제적 생략, 실패한 연인 관계와도 같은 집착적 변질(모음의 변화)과 기억memory(자음 추가)들의 추가, 무리한 시도를 통해 익어버린 생존(동화同化)이라는 결말은 모든 언어에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이 서로가 서로를 소유하려는 욕망 혹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충동에서 시작한 것들이라 보기보다는 서로가 닮아가려는 시도라 하는 것이 더 적확할 것이다. 모든 언어가 가진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수행의 경지는 날이 갈수록 설득력을 갖기보다는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의 분분한 의견들로 채워진다. 이것은 ‘잊혀진다’라는 말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언어라는 점에서 시작한다. ‘잊다’의 본 형태를 한 번의 피동으로 치환했을 때, 그것은 ‘잊히다’가 된다. ‘잊혀진다’라는 말 자체가 이중 피동이기 때문에 사실 그 단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언어는 정확하다. 무언가를 잊는 행위에 있어서 단적인 하나의 행위로만 그것을 달성해낼 수 있는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박시영은 이러한 언어의 끝에서 발화한다. 혼재를 풀어놓는다, 부재를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