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영작가
평면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 안에서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한다. 내가 이야기하는 인간은 성공하여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존재가 아니다. 피상적인 관계 안에서 버티며, 자신을 증명하려는 불안한 존재다. 나 또한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타인과 ‘나’자신을 계속해서 비교하며, 차이에 대한 불안을 느꼈다. 동등하다고 생각했던 타인과의 차이에서 오는 불안감은 지속되어 불편함이 되었다. 그리고 끝없이 질문을 한다. ’저 사람이 나와 다른 점이 뭘까? 왜 더 잘나가는 걸까?’하는 수많은 내면의 질문들로 불안감은 점점 커져간다. 불편해진 인간은 ‘군중’으로 숨어버린다. 자신을 버린 채 ‘익명’이란 가면 뒤에 나를 숨기고, 군중에 어우러져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피상적 관계의 군중도 우리에게 완전한 안정을 주지 못한다. 결국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되기를 선택하고 소외된다. 나는 관계 속에서 불안한 인간의 모습을 ‘익명의 군상’을 통해 이야기한다. 화면에 나타나는 획일화된 군중은 생물학적 성(sex)도 없고 정체성도 없다. 단지 군상에 숨어버린 불분명한 인간의 모습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