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빈작가
평면
뜨고 지는 것. 사라지고 잊혀지는 부재를 그린다. 이러한 소멸과 상실에 대한 생각은 기억이라는 키워드로 이어졌다. '잊혀져가는 것의 그림자'들이 다양한 색감으로 그림 곳곳에 드리워져있다. 부재는 온전하지 않은 나의 기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져 내 일상을 어지럽힌다. 기억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부재를 떠올릴 때 계속해서 다른 형태, 다른 구성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이제는 온전하지 않은 형태가 일렁일 뿐이다. 희미해진 기억들은 나에게 자세한 상처도, 자세한 추억도 남기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립고 답답하지만 동시에 고요해 보이기도 한다. 나는 길을 걷다가 사진을 굉장히 많이 찍고 일기에 사소한 것까지 적어놓기도 한다. 기억의 연약함이 아쉬워서, 순간을 붙잡기 위한 행동들이었다. 그럼에도 순간은 계속 지나가며, 여전히 기억은 남은 자의 해석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