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은우작가
평면
저 멀리 지나간 시간은 어디로 사라진걸까? 나는 고민했습니다. 코앞에서 달려가는 시간은 막상 뒤돌아보면 하염없이 멀리 떨어져 뿌옇게 사라진 듯 합니다. 흐르는 시간은 우리의 기억을 닳게 합니다. 닳아버린 기억은 점차 흐릿하고 희미하게 흩어집니다. 하지만 기억은 영영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낡아버린 물건으로, 손때묻은 집으로, 사람으로 전해져 겹겹이 쌓이죠. 그렇게 쌓인 기억은 나의 인생이 되고, 추억이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그림을 그립니다. 나의 가족이 서로를 이어 만든 기억은 할머니의 양초가 되어, 이모의 일기장이 되어, 엄마의 옷이 되어 나에게 닿았습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축적된 과거의 시간을 그림에 담아냅니다. 보는 이에게 나의 시간을 보여주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이 감정을 공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