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은작가
평면
안녕하세요. 한국화를 전공 중인 이예은 입니다. 꾸준히 풀을 그리곤 있지만, 달라진 점이 생긴 요즘 입니다. 이전에는 그림 속에 이야기를 담으려 했습니다. 내 사적인 이야기를 담기엔 부끄러워서 내가 바라보는 시선 속 사적인 이야기를 통해 나를 담아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림보다 글에 마음이 더 가기 시작하면서 잠시 글은 내려놓고, 그림의 형식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주는 아름다움과 호기심보다 종이 위에 그려진 형태의 아름다움과 호기심에 더 눈길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형식 실험을 통해 우연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과 내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조화를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담는 그림을 멈춘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더 나아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행위라는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지 않아도 자꾸만 떠다니는 머릿속 기억과 생각을 비워내는 과정 또한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림으로써 내 머리를 비워내고, 단순히 비워내는 것이 아니라 내 사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레 그림 속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먼 미래에도 그림을 그리는 것은 매번 새롭고, 어려울테지만 그리는 과정은 그 어떤 때 보다 평화롭고, 편안하게 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