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근작가
히든아티스트
본인은 과거의 존재, 잊혀져간다는 것에 연민과 불안을 느끼며 작업을 통해 불안 영역을 논리적 서술이 아닌 감각적 형태로 나타내고자 한다. 이를 마주하는 관객들 각자의 불안요소와 내면을 토대로 감정적 교류가 일어나고 소통의 영역으로 전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과거와 현재, 내부와 외부, 사적과 공적, 문화와 또 다른 문화, 나와 타자의 시간이 연결되며 겹겹이 쌓인 수많은 이야기들의 수평적 관계 맺기가 이루어진다. 순수하기보다는 잡종적인 요소, 정결하기 보다는 절충적인 요소, 명료하기 보다는 애매한 요소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듯, 내재된 불분명한 감정들은 어느 완벽함보다 아름답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크게는 사회정치적인 것부터 작게는 아주 은밀한 영역까지 작업의 소재가 된다. 인체를 주로 하는 인간군상이 작업의 결과물로 표현되고 주로 개인적 경험과 기억으로부터 시작된 영역들이 확장되어 사회적 영역, 정치적 영역, 또는 역사적 맥락과 관계를 맺으면서 어떠한 상호교환이 일어나는 지에 주목하고 있다. 인간의 몸은 집단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언어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는 몸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타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사회적 기호와 같은 것이다. ‘몸’을 작품으로 표현한 본인의 작업은 자극적 이미지의 범람 속에서 점점 존재를 잃어가는 개인의 존재, 그대로의 온전한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개인의 가치를 예술이라는 관계로 시각화함으로써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대변하며 방향성을 제시한다. 인체를 주제로 지나간 시간, 지금, 또 다른 내일을 담고 있다. 본인의 작업은 인간군상의 복제이며 나 아닌 누군가의 페르소나이다. 시선이 불분명한 방향성은 역설적으로 감성영역의 소통을 불러일으키고 호소력은 커진다. 작품 자체가 영역을 가지며 스스로 놓인 위치에서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다. 각각의 작품들은 공간에 중첩되고 복제되면서 스스로 확장한다. 이를 마주하는 관객들은 외부의 자의식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또한 정적인 존재와 조우하며 자유라는 반대의 움직임을 갈망하게 된다. 미술관, 화이트 큐브라는 제도적, 특수한 공간에서 ‘현대’의 문맥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 나아가 인간본질에 대한 숙고를 불러일으킨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예술은 결국은 인간에 의해서 창조되고 인간에 의해 존재하는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본인의 작업은 과장되지 않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으며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품을 마주하는 관객은 작품과 공간 속에서 중첩되고 스스로 자가복제되며 확장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서로의 영역에 공존을 경험하고 그로 인해 “함께이지만, 혼자”인 세상 속에서 본인의 온전한 가치를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