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형작가
히든아티스트
내 작업의 주제는 박스를 소재로 한 <박스시리즈>와 <고양이 그림자 시리즈>로 구분된다. <박스 시리즈>는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박스’를 ‘집’으로 환유하여 장소에 내재된 불안한 정서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부서지기 쉬워 일회성의 이미지를 가지는 박스는 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의 삶에서 집이자 은신처로 사용되고 있음을 관찰하였다. 이것을 계기로 임시적인 장소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불안한 청춘들의 삶을 동일선상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특히 ‘집’이라는 장소에 주목하게 된 것은 인간이 집에 부여한 정서적, 필수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회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주거공간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고, 삶의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안정감을 가지는 곳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집은 자본주의적 가치에 따라 경제적 관점에서 비치며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는 장소가 되었다. 여기에 착안하여 도시라는 공간에 존재하기 위해서 끝없는 경쟁에 내몰리고 억압받는 불안한 정서적 상태를 장소 이미지를 통해 나타내고자 하였다. <고양이 그림자 시리즈> 는 오랫동안 함께했던 고양이를 그림자로 나타낸 것이다. 나에게 소중하고 의미깊은 대상의 형태를 통해 장소에 존재했던 기억을 나타내고자 상징적인 존재로 그림에 표현하였다. 이로써 그림자는 ‘나’를 환유함과 동시에 ‘나의 기억’이 해당 장소에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작품에 따라 두 소재가 혼용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두 시리즈의 표현방식에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나의 작업은 장소에 대한 기억과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