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열작가
히든아티스트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올랐던 언덕의 기억이 작업의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그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키를 훌쩍 넘는 코스모스의 물결입니다. 끝없이 늘어선 코스모스, 그 속에서 바라본 하늘, 틈 사이로 보이는 공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느낌. 아버지를 가슴에 담고 삼십 년이 지난 지금은 그 시절의 일상이 아련함을 다가옵니다. 기억 속 그곳에는 아지랑이, 풀꽃, 바람, 약간 따가운 듯한 햇볕 그들의 소리와 함께 보내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그곳은 과수원이었습니다. 몸에 배인 느린 일상 속에 세 번의 이질적 만남-집을 지을 때, 전기가 들어 올 때, 집 뒤에 강뚝을 쌓아 올릴 때-이 낯설고 어색함이 있었습니다. 일상 속에 들어온 낯선 풍경은 본인에게 사람을 대하기가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아버지를 보낸 그날의 트라우마로 안면인식장애가 생겼고, 더욱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어릴 적 일상이 있었고 그 시간과 멀어질수록 더욱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소리는 사라지고 아련함으로 남아 가슴속에 담겨 있습니다. 본인의 작업은 어릴 적 일상의 기억에 묻어 있는 아련함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것은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소극적인 작은 손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