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작가
평면
PURPLE + PALETTE 작업하는 모든 장르의 예술에서 보랏빛을 띠고 싶다는 뜻의 활동명으로, 미술, 음악, 영화, 글 등 다방면의 작업을 통해, 다양한 예술의 결합과 발전을 꿈꿉니다. - 제가 하고 있는 작품의 세계는 대부분 감정이라는 요소에서 기인합니다. 제가 가장 즐겨 작업하는 초상 연작들은 대부분 무표정하고, 눈동자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자는 이를 보고 무섭다거나, 차갑다고도 합니다. 또 혹자는 알 수 없는 따뜻함을 느꼈다고도 합니다. 저는 감정이라는 것은 가장 표현이 절제되었을 때 가장 극대화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영화전공을 거치며, 가장 좋아하게 된 감독은 일본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인데, 해당 감독의 대표작들이 대개 그러한 표현 방식들을 많이 따르고 있습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작품에서는 비극적인 주인공의 삶을 화려한 뮤지컬 영화로 표현하고, ‘고백’이라는 작품에서는 잔혹한 광경에 고풍스러운 클래식 음악을 삽입하기도 합니다. 즉, 감정이라는 것은 그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표현하였을 때가 아닌, 절제되거나, 혹은 정반대의 방향성을 추구했을 때 더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 또 예술에게 있어 빠질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감정을 통해 행동을 취하고, 감정을 통해 사람을 마주합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사람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무형의 무언가이기도 합니다. 감정은 굉장히 미시적이면서도, 굉장히 거시적이기도 합니다. 또, 굉장히 오래 잔존해있으면서도, 굉장히 순간적이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개인적이라 부를 수 있는 이 ‘감정’이라는 요소를, 저는 각자가 하나의 작업물을 통해, 그리고 그 작업물이 가진 절제되고 통제된 이미지를 통해, 수없이 다양한 새로운 ‘감정’을 도출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가 가진 모든 개인적 감정들이 공유되거나, 또 손실되거나, 혹은 무시받으면서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