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라작가
평면
다양한 삶을 조망하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미로’라는 소재를 설정한다. ‘미로’는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고 여러 방면으로 갈려 진리를 찾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에도 영화나 여행지에서 또는 어린 시절 장난감의 기억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복잡한 구조와는 별개로 이런 친숙하고 재미있는 이미지 때문에 작품에 주요 소재로 활용하게 되었다. 개인마다의 상황은 저마다 다르며 그러한 상황들을 거쳐 얻고자 하는 것 또한 다르다. 이런 각자의 다른 처지와 복잡한 삶의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큐브형, 원형, 평면형 등 다양한 미로를 설정한다. 그 속에는 영화 속에 캐릭터가 등장하고, 레고 블럭으로 미로를 변형하며, 반려동물이 등장하는 등 우리 삶과 밀접한 요소들로 재미와 주제 의식에 한발 더 다가가게 한다. 이번 출품작은 그 중에서 입체적인 미로 형태인 큐브형 미로 연작으로 소설 <오즈의 마법사>가 모티브이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 인물들이 각자 원하는 것을 찾아 헤매는 모험의 과정은 미로로 대체된다. 작품 속 이미지에는 인물이 찾으려는 바와 함께 구현되어 있지만 미로가 입체형이라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공간에 대한 재미도 부여하려 했다. 수수께끼나 숨은 그림 찾기를 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빠져들어 해답을 찾게 되는 것처럼, 관객들이 미로를 대하며 답을 찾기 이전에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자신의 삶은 어디쯤에 있는 것이고 내 삶의 형태는 어떠한 것인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자신의 세계가 어떤 특별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느낀다면 타인의 삶 또한 나와는 다른 특별한 형태의 미로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