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원작가
평면
도시 풍경을 그리다가 어린 시절부터 매년 가던 울진의 밤바다를 다시 보게 되었다. 작업 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별이 사라진 밤을 그린 후로 밤바다도 다르게 보였다. 나에겐 어둡기만 한 하늘은 충격 자체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별이 더 있는지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별들은 숨어버려서 보이지 않았다. 밤하늘에 별이 사라진 것은 현대인의 삶의 변화를 상징한다. 과거에는 별이 우리를 밝혀주고 위로해 주는 존재였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인해 도시는 점점 밝아지고, 별은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현대인들은 밤에도 고개를 들지 않고 아래만 보고 있다. 그들은 별, 자연, 자신을 잊고 있다. 별은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상기시켜준다. 나의 작업은 어두운 밤하늘을 완성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깊고 어두운 밤을 만들기 위해서 연한 색으로 반복해서 여러 번 칠한다. 각 그림마다 칠해지는 수는 다르지만 별이 사라진 밤하늘이라는 의미는 같다. 배경 칠을 다 한 후 바위, 바다, 오징어 배나 마을의 빛을 그린다. 그림의 제목은 ‘잊혀지다’로 하늘의 별을 잊고 살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밤에는 고개를 들지 않는 현대인의 모습을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세월이 흘러 내가 성장한 만큼 별이 사라져갔다. 기술의 발달로 바뀐 삶은 우리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하지만 자연이 주는 소중함이 사라지고 있다. 인간은 살면서 인위적인 것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찾는 시간이 필요하다. 밝은 인공 빛이 아닌 아무것도 없는 검은 하늘을 보며 사라진 별들을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