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OOM

박보우작가

평면

판화미디어를 전공했으며 석판화를 위주로 다룹니다. 트라우마로부터 나아가기 위한 과정 속에서 그만두었던 회화 작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특히 석판 작업이 저의 이런 불안정한 면을 많이 상쇄시켜 주었습니다. 과정이 조금만 틀어져도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는 아주 예민한 매체지만, 그 예민한 판 위에 올라가서 작업하는 것이 오히려 저를 가장 진솔하게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꾹꾹 눌러 담은 선들이 모여 꾸덕한 어둠을 빚어낼 때, 저는 제 비어있는 속에 무언가 작게나마 자리 잡는 기분을 받습니다. 온전히 나를 쏟아부은 작업을 마주하는 일은 나를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을 것 같은 착각 속에 놓습니다. 혹은, 잠깐 잃어버려도 괜찮을 것 같은 막연한 긍정. 때로는 위로의 말보다 나와 같은 타인의 불안이 세상에 더 오래 머물게 합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저의 불안을 꺼내 들었습니다. 언젠가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 본인에게조차 깊게 맞닿아있지 못한 사람들에게 닿길 바라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덩어리라도 그 공허한 곳에 놓여지길, 우연히라도 서로의 껍데기에 입 맞추길. 그리고 서로의 슬픔보다 더 오래 살아남길 바랍니다.

판화미디어를 전공했으며 석판화를 위주로 다룹니다.

트라우마로부터 나아가기 위한 과정 속에서 그만두었던 회화 작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특히 석판 작업이 저의 이런 불안정한 면을 많이 상쇄시켜 주었습니다.
과정이 조금만 틀어져도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는 아주 예민한 매체지만,
그 예민한 판 위에 올라가서 작업하는 것이 오히려 저를 가장 진솔하게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꾹꾹 눌러 담은 선들이 모여 꾸덕한 어둠을 빚어낼 때, 저는 제 비어있는 속에 무언가 작게나마 자리 잡는 기분을 받습니다.
온전히 나를 쏟아부은 작업을 마주하는 일은 나를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을 것 같은 착각 속에 놓습니다.
혹은, 잠깐 잃어버려도 괜찮을 것 같은 막연한 긍정.

때로는 위로의 말보다 나와 같은 타인의 불안이 세상에 더 오래 머물게 합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저의 불안을 꺼내 들었습니다.
언젠가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 본인에게조차 깊게 맞닿아있지 못한 사람들에게 닿길 바라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덩어리라도 그 공허한 곳에 놓여지길, 우연히라도 서로의 껍데기에 입 맞추길.
그리고 서로의 슬픔보다 더 오래 살아남길 바랍니다.


2023, 추계예술대학교 판화미디어전공 재학
Printmaking, Chugye University for The Arts
2023, 3xCH : 스미다 머금다 퍼지다_갤러리이즈_서울
2024, 아시아프 ASYAAF_옛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_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