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화면 바로가기

시리즈 명인 '74-8'은 지금은 재개발로 허물어져 실재를 잃어버린 예전 집의 주소이다. 애착이 깊은 어린시절의 시공간을 기억해두기 위한 작업으로 재개발 공사 시작 전 그 집에 찾아가 장판이며 창문틀이며 남아있던 구조물, 사물들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 사물들을 효율적으로 매장, 간직, 진열하기 위해 작가의 표현방식대로 잘게 쪼개고 부수었다가 다시 한데 뭉쳐 육면체의 덩어리로 재구성하였다. 잘게 쪼개지는 과정에서 이 조각은 그때의 모양이나 시간, 공간에 대한 기억을 잃은 듯 보인다. 그리고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공간의 파장 속에 정해진 질량만을 점유하는 하나의 사실만으로 남았다.
이는 더 이상 그때의 장판 쓰레기가 아닌 '74-8' 시리즈의 첫 번째 조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