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다윤작가
평면
한동안 사는게 고통스럽고 무섭다고 느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 죽는 게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양쪽 모두의 고통에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살건 죽건 다를 거없이 똑같다는 생각에 답답함과 두려움이 생겨났다. 이 즈음에 잠을 굉장히 많이 자고, 눈을 뜨면 뜨는 순간 다시 자고 싶을 정도로 잠을 좋아하게 됐는데, 생각해보면 양쪽 모두에 대한 회피, 도피의 시간으로 잠을 찾았던 것 같다. ‘잠’에 대한 관심에서 초반에는 자고 있는 쥐의 모습을 많이 그렸었다. 그러다 죽어 있는 것들의 모습도 어떻게 보면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생각에 잠자듯이 죽어 있는 그들을 포착하고 작업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동양화 물감-동양화 바탕(종이/노방)을 사용해 그렸다. 익숙한 재료, 내 손에 가장 익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작업 안으로 더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천이나 종이 위에서 가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자고 있는 혹은 죽어 있는 그들의 묘한 모습에 대해 한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