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OOM

박정훈작가

평면

내 치부가 드러난 느낌이야. 멋있는 척, 쿨한 척, 여유로운 척하다가 걸렸네. 맞아, 난 사실 찌질하고 옹졸하고 예민한데, ‘척’이란 가면을 쓰고 다니느라 너무 답답했어. 난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호감을 얻으려고 꾸며진 삶을 살고 있었어. 내가 뱉은 말과 보여준 행동은 나의 진심이 아닌 ‘척’을 하기 위한 수단이었어. 그게 나쁜 것 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보이는 것도 중요하니까. 어느 정도는 감추고 살아야지. 근데 그렇게 살다 보니까 당연히 그 결과는 고스란히 내 작품에 영향을 끼치게 되더라. 작품 안에서는 ‘나’ 다움을 표현하고 솔직한 내 모습을 보여주려고 작품을 만들어왔어. 나의 유일한 진정성 있는 소통 창구라고 생각하면서. 근데 그 솔직함마저 남들이 봐줬으면 하는 솔직함으로 꾸며낸 이야기였어. ‘솔직함’ 이란 표현조차 보여주기 위해 예쁘게 포장하고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던 거야. 나 자신까지 속여가면서. 언제나 기뻐하고 대범하고 편안한 줄 알았지. 아니야. 너무 부러워. 너무 질투 나고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성공에 박수 쳐주지 못 하겠어. 그 자리가 내 자리였으면 좋겠어서, 내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어쭙잖게 따라 한 적도 많아. 근데 뜻대로 안되니까 자격지심에 다른 사람들이 잘 되는 모습을 보면 너무 배가 아프고 질투나. 이제는 보고 싶지도 않아. 가끔은 그들의 실패를 바랄 때도 있어. 난 이렇게 바닥에 있는데 그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분하고 화가 나거든. 너무 비겁하고 찌질하지. 근데 이게 나야. 더 이상 안 숨길래. 내 작품 안에서 만큼은 내 밑바닥 모습 그대로 질투심에 사로잡히고, 부러워 미쳐버릴 것 같은 나를 보여줄게. 아, 속이 다 시원하네. 근데 나만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