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나작가
평면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다양한 전공을 체험해 보았다. 그 중 한지에 자유롭게 번지는 물맛, 담담하게 올라오는 색에 매료되어 한국화를 전공으로 하여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나갔다. 이후 대학교를 진학하면서 더욱 폭 넓은 기법을 배워 작가로서의 기반을 성실히 닦았다. 수묵, 채색, 공예 등 다양한 것을 배웠는데 그 중 작업적으로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공필인물화’였다. 작가는 10대 때부터 인물을 주로 그려왔는데, 그 이유는 세세한 선묘를 통해 인물을 표현하고, 대상이 가진 생생함을 극대화하여 그려내는 것이 작가로서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행위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인물화 작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더욱 많은 작품 연구를 하고자 졸업을 함과 동시에 동대학원을 진학하게 되었다. 학부 때 배운 공필인물화를 연장하여 작업을 해나가면서 기법적으로도 많은 연구를 하였다. 하지만 제일 고민이 되었던 것은 공필인물화를 표현하면서 나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 였다. 그저 잘 그리는 것 외에 작가로서의 작업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가졌고 나로부터 시작한 생각 끝에 도달한 것은 ‘소망’이었다. 작가가 바라본 주위와 현대사회는 그저 밝고 긍정적인 세상이 아니었다.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으로만 아름답게 치장해 있는 경우가 다수 있었고, 옳다고 하는 것이 다른 이에게는 부당할 수도 있다는 복잡한 현실을 보았다. 이런 세상 속에 작가의 주위엔 우울증을 앓는 사람,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 사회(직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을 직면하게 되었다. 과연 이들에겐 ‘허무만이 남았을까?’하는 생각에 시작된 질문은 “너는 소망(혹 꿈)이 있어?”였다. 없을 줄 알았던 작가의 예상과 다르게 하나같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그들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작가는 누구에게나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신만의 소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에게나 소망은 있다. 그것이 곧 행복이 되고 그것을 목표로 삶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에 삶이 지치고, 그 소망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꺾이기도 한다. 이는 마치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시계가 없어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는 것과 같다. 즉 시계를 가진 사람만이 시간의 흐름과 방향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작가는 가진 소망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꾸준히 스스로에게 재질문을 던졌다. 결국 작가는 소망을 시각적으로 나타내어 그저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존재가 아닌 보여지고 느껴지는 것이 소망이라는 것을 알려주고자 소망을 주제로 작업 방향을 잡게 되었다. 작가의 시각으로 본 소망은 인생에 생명력을 이어주게 하고, 시간이 지나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아 부풀어 성장하는 것을 보았다. 이 두 가지의 특징은 나무, 풀과 유사하다. 자연에서 보는 나무와 풀은 외부의 돌봄 없이 자력으로 성장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뿌리를 더 깊게 내리며 단단히 성장하여 자리를 잡게 된다. 이것을 통해 나무와 풀을 작품 속 소망의 매개체로 표현하고자 하였고 더불어 공필인물화도 작업해 나가며 작가의 작품관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