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OOM

이아원작가

평면

눈이 피로하도록 화려하게 반복되는 문양과 형태, 불규칙한 형상의 배열, 부자연스럽게 꺾인 여성의 신체와 화면 가득 들어찬 색채의 향연에 안정을 얻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장식은 환상적이지만 주변의 것을 그것과 같은 위치로 끌어당긴다. 주체성을 잃고 장식품으로 전락한 신체를 바라본다는 건 기묘한 일이다. 아름답고자 하는 욕망은 그게 원초적인 것이든 다른 염색체 위주로 구성되어 온 기득권 층의 뿌리 깊은 통념이 반복 학습된 결과이든 간에, 삶에 질 낮고 확실한 오락을 제공한다. 예쁜 것을 바라보고 싶고, 고운 것을 만지고 싶고, 동일하게 땅바닥에 떨어진 돌멩이라 할지라도 조약돌보단 루비에 눈길이 가는 것이 당연한 욕망이다. 나의 작업에는 여성의 신체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 여성은 신체적 특징에 따라 성별을 특정 지을 수 있는 것 외에는 어떠한 추가적인 정보 값도 제공하지 않는다. 사람을 마주할 때 그가 누구인지를 식별하기 위해 가장 처음으로 인식하는 부위, 얼굴은 표현이 극도로 정제되어 있다. 등을 돌려 보여주지 않거나 초점 없고 공허한 눈만이 단순한 선으로 적당히 자리한다. 이는 어떤 인물도 특정하지 않는다. 단지 female을 상징하게 된다. 작업에 등장하는 여성은 불편한 자세로 신체를 뒤틀고 장식 사이에 끼어들어가 있다. 그녀는 정신없이 화면을 채운 이미지들과 함께,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장식품으로 전락한다. 나는 아이패드를 이용한 디지털 페인팅으로 장식성과 욕망, 통념적인 이야기와 여성 신체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