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OOM

이범주작가

히든아티스트

어린 시절 나는 선머슴처럼 뛰어 노는 개구쟁이였지만 때로는 빨간 원피스를 입고 사는 공주님이 되고 싶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개나리는 제일 먼저 봄을 꽃피운다. 피다가 얼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그것이 봄을 알리는 개나리의 숙명이다. 개나리의 숙명처럼 인간도 생명의 유한함 때문인지 삶 자체에 노란 빛 슬픔이 베어있다. 빨간 원피스를 입고 싶다는 욕망은 건강한 삶을 살다 가려는 나의 의지의 표현이다. “ 내가 미술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 역사 속에서 아무런 저항도 해 보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게 안타까워서였다. “ 순간 속에 의미없이 사라지고 싶지 않았던 나의 자의식은 솔밭을 모티브로 채색한국화를 그리기 시작하였다. 켜켜이 쌓인 솔밭에서 사소해 보이는 솔밭 아래 새생명의 탄생을 발견하고 솔밭이 쌓인 시간의 흔적이 역사적이고 중첩적인 공간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푹신하고 습윤한 솔잎의 탄성은 나를 삶의 고단한 일상에서 회복시켜 주었다. 아름다운 순간이었고 그때의 감동을 그림으로 옮긴 것이 <솔밭시리즈1>이다. 젊은 시절 나는 늘 절대의 그 무엇을 갈망하곤 했다. 그러나 그 거대해 보이던 지리산도 쓰레기와 등산객들로 부터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의 40대도 버텨야 했고 그 때 젊은 시절 등반했던 지리산이 떠올랐다. 40대 어딘가를 서성거리며 버텨내야 했던 심경을 그린 것이 <솔밭 시리즈2>이다. 지금 나는 유년시절의 결핍된<나>로부터 시작해 인간전반에 대한 이해와 다름을 주제로 <빨간원피스를 입은 아이>를 그리고 있다. 남은 삶은 군중 속에 있으면서도 그 바깥에 존재하는 삶의 태도를 견지하면서 내 그림세계를 확장시켜가기위해 채색이 빠진 <수묵추상>작업을 진행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