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윤작가
평면
저는 감정을 시각매체로 전환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 종류는 다양합니다. 제가 동경하는 이상적인 감정일 때도 있고, 이상과 단절된 현실에서 자주보이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후자의 것은 무기력한 열망 등으로, 외부세상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매우 일상적인 감정입니다. 제 작업은 같은 사람이 그렸나 싶을 정도로 유사점이 적습니다. 그러나 이런 복합성이 제 복잡한 내면을 설명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제 내면은 끊임없이 생동, 변화해 다양한 작업의 근원이 됩니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우울할 때 공상을 불러오는 작업을 하고 명랑할 때에 밝은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제 경우는 다릅니다. 일상적인 하루에 공상을 불러오는 작업을 하고 우울할 때에 필사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합니다. 슬픔은 눈물이 나는 것이기보다 내 상태에 대한 옳고 그름을 분간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때 열정을 표현하는 그림에 공감하기 위해 애쓰며 작업을 하면 곧 물에서 빠져 나오는 것처럼 생기를 되찾게 됩니다. 또한 너무 활달한 상태라 작업에 집중을 못할 때에는 정적인 그림을 그리면 집중력이 생깁니다. 이처럼 저에게 작업은 결과물을 도출하기보다 저 스스로와 제 작업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련의 과정을 걸어 나가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