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OOM

김호정작가

히든아티스트

창작을 한다는 것은 제게 있어 호흡과도 같은 소통의 통로입니다. 고뇌하며 탄식하던 순간마다 찰나의 빛이 전해 준 ‘색채’의 인상이 삶을 찬란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깊은 내면에 각인되어 때로는 고요하게, 때로는 역동적으로 흐르는 마음들을 ‘색’으로 풀어내고 전하지 못하고 간직해 온 수많은 이야기들을 일기를 쓰고 편지를 쓰듯 그리고 새기는 작업들은 제게 필연적이었습니다. 생의 애착이 강렬하게 표출된 몸부림이었습니다. 햇살이 빛나던 그날, 적막이 흐르던 길모퉁이에서 춤을 추듯 흔들리던 나뭇잎의 속삭임, 모든 시름이 씻겨 사라지는 듯했던 바람의 잔상은 오랜 시간 마음에 머물렀고 화폭에 담기게 되었습니다. 청량한 위로와 쉼을 주었던 그 바람의 손길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지, 아름다운 색감의 한지를 정성을 다해 마음을 빚어가듯 고이 찢고, 꼬아가며 마음의 조각을 모으고 하나씩 흐름을 따라 채워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제게 쉼이었습니다. 붓이 지나간 듯, 때로는 투명하게 때로는 두텁게 올라가 형성된 한지의 결이 만들어낸 바람의 형상은 때로 나뭇잎이 되고 꽃잎이 되어 바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마음이 쉬어 갈 수 있는 길이 되어주었습니다. 전통 소재인 한지, 이를 활용한 현대적 이미지의 색채 추상을 통해 간절히 바라기는 감히 ‘치유의 힘’을 가진 작품을 남길 수 있는 작가가 되기 위해 수행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