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OOM

최수연작가

평면

최수연은 포스트 인터넷, 초연결 시대에 발생하는 다양한 증상을 포착하여 작업의 요소로 삼는다. 가족들의 해외 이주를 계기로 디아스포라, 정체성 탐구 등의 주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미디어와 노스텔지어까지 작업의 세계관을 확장시켜왔다. 이번 작업은 작가가 인터넷과 미디어 매체를 통해 경험하지 않은 시공간을 그리워하게 된 현상에 주목하고, 그것에서 발생하는 모순과 상호긴장을 표현한다. 가본 적 없는 장소를 단지 그것의 환영을 보았다는 이유로 그리워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있을까? 지역적 • 물리적 한계가 시청각의 한계를 결정짓지 않는 오늘날에도 이런 허구적 그리움의 출현은 마치 유령의 목격담 같다. 유령은 논리의 성립과 관계없이 모두가 그 성질을 이해하는 어떤 존재다. 입증할 수 없으나 한편으로는 믿고 싶은 흥미로운 존재. 시간선을 이탈한 그리운 정경들에는 어딘가 으스스함이 존재한다. 무언가 그립다는 것은 부재를 느끼기 때문인데,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의 빈자리를 느끼고 그리워하는 것은 ‘무언가 있었다가 사라졌다’는 착각을 주기 때문이다. 평범한 빈 집을 방문한다고 가정할 때 상상력을 동원해 ‘원래 무언가 있었는데 이제는 사라진 자리’로 여기는 순간, 그곳은 으스스한 유령의 집이 된다. 작가는 그 순간의 유령들을 포착하고자 했다. 작가는 유령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