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지작가
평면
빠르게 흘러가는 생활 속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모든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동안, 건조해진 마음이 이끌고 와 차곡히 쌓인 어둑한 내면에 관심 갖지 못했다. 시간을 곁에 두고 차분히 들여다본 뒤 약간의 그림과 글로 감정을 표현하는 작가이다. 동그라미-세모-네모 세 가지의 도형으로 다소 복잡한 감정과 성격을 단순화시키고, 선으로 이루어진 반복된 공간 안에 거주하며 치열하게 생존하는 여러 명의 '나'를 흰색이 검은색이 되는 과정 위에 표현한다. 때로는 방관자가 되어 그림 속 어두움이 짙어질수록 선명해지는 감정들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