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은작가
평면
살아가다 보면 잠시 눈길이 가고 발길이 멈추는 곳이 있다. 흔한 풍경이더라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성을 느꼈을 때, 우리들은 사진을 찍어 기록한다. “그곳에 다른 공간과는 다른 특별한 것이 있었나요?”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음.... 그건 아닌데요...” 아닌데요… 라고 밖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감각은 단위가 너무나 미세하여 말로 표현하면 온전히 다 전하기 어렵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스쳐 지나가버릴 수도 있는 미세한 생경함, 그 순간을 잡아두고 싶어졌다. 하지만 노을 지는 하늘의 빛이 순식간에 어둠으로 바뀌어 사라지는 그 짧은 순간을 멈춰 둘 수 없다. ‘어떻게 해야 잡아둘 수 있을까…’ 그 감각이 희미해져 사라지기 전에 모든 걸 내 손으로 만들어내기로 했다. 나의 시선,생각, 손을 거쳐서 치밀하게 만들지만, 일상적으로 보여지게 감추었다. 걸음걸이를 멈추게 만드는 현실과 그 모호한 감각의 경계 속에서 나는 살면서 겪어본 적 없는 무언갈 그리워한다. 이 모든 걸 계획적으로 만들어내어 누구도 경험한 적 없는 향수를 건드리고자, 익숙하지 않은 낯섬을 편안함으로 바꾼다. 내가 겪어보지 못할 초현실적인 부분을 과거의 한 장면으로라도 남겨 그 몽환적인 감각의 여운을 조금이라도 오래 간직하고 느끼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