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연작가
평면
유연 작가는 회화를 통해 불확실성과 가능성을 탐구한다. 확실한 것은 없다. 어떤 것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삶은 무언가와 다른 무언가 사이에서 영원히 진동하고 발산한다. 불안정성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들이 존재하고, 과거조차 확정적이지 않다. 끝없이 뻗어나가는 평행 세계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작가는 우주의 작은 조각의 하나로서 자신이 아는 것이 적다고 생각하며, 그 아는 것조차 진실로 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작가의 삶을 구성하는 가능성들, 영원히 흔들리는 좁은 땅 위의 가능성들은 불안정하기에 휘발성이 강하다. 삶의 의미를 찾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정되지 않은 불확정성과 불안감은 작가를 괴롭히지 않고, 작가는 이를 받아들인다. 개인은 작은 가능성이나마 선택할 수 있고, 선택은 의미를 갖는다. 선택하지 않은 가능성들조차 작가에게는 다른 세상, 다른 경험의 가능성으로 의미가 있다. 가능성들을 살아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불확정의 가능성들은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경계 없는 자유와 흔들릴 수 있는 위로,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하여 유연 작가는 진실을 희구하며 세상을 이루는 가능성들의 층위를 그린다. 시간, 공간, 개인, 사회, 사물이 가진 시선과 힘, 층위는 겹겹이 쌓이고 퍼즐처럼 맞춰져 진실을 구성한다. 작가는 시간과 공간의 층위들 속에 자신만의 층위를 끼워 넣는다. 작품에는 다양한 시간과 공간의 층위와 시각, 경험이 담겨 있다. 왜곡된 인물들과 공간, 방향과 시점은 무수한 가능성들 중 몇몇 가능성의 단면을 발견해낸다. 이들 중 어떤 가능성도 확정적으로 옳거나 진실에 가깝지 않으며, 동등하다. 작가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하나의 층위를 열어가는 것으로, 아직 구현되지 않은 가능성을 세상에 불러온다. 작가는 유화를 이용한다. 그림의 두께와 깊이를 고려하고 같은 작품도 매번 다르게 설치하는 방식을 고민한다. 다양한 질감을 가진 표면에 유화 물감과 각종 용제를 섞어서 실험하며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