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OOM

윤현주 작가

히든아티스트

20년간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수많은 컬렉션을 기획해온 저는, “박수칠 때 떠난다”는 마음으로 실무 현장을 내려놓고, 회화라는 새로운 언어로 삶을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0년에 걸쳐 파인아트를 기초부터 공부하며 작가로서의 세계를 구축했고, 올해 52점의 회화로 첫 개인전을 개최하며 본격적인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저의 작업은 빛과 여백, 그리고 시간에 대한 사유입니다. 어떤 순간에는 사라지고, 또 어떤 순간에는 더 깊어지는 풍경처럼, 화면 속의 색과 공간은 정지된 듯 흐르고, 고요한 듯 생동합니다. 의도적으로 여백을 배치하고, 채도가 낮은 Green과 Grey가 중심이 되는 풍경을 통해 관람자의 감정과 기억이 투영되는 심리적 공간을 그리고자 합니다. 저에게 그림은 “시간이 멈춘 곳”이자, “마음이 먼저 도착하는 장소”입니다. 첫 개인전에서는 저의 회화 언어가 누군가에게 위로와 평온으로 다가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소장자분들의 감상은 단순한 피드백이 아닌, 작품의 완성에 가까운 깊은 교감이었고, 저는 이 만남에서 창작자로서의 확신과 책임을 동시에 얻었습니다. 최근에는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실에 오롯이 몰입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를 위한 시간으로 온전히 채워지는 이 고요한 밀도 속에서, 저는 회화가 가진 가장 인간적인 힘—느리게 바라보고, 끝내 마주하게 되는—그 힘을 다시 확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시간과 감정이 머무는 풍경을 계속 그릴 것입니다. 관람자에게 조용한 쉼과 기억의 틈을 열어주는 그런 그림을, 오래도록 그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