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OOM

권수경작가

평면

인스타: one_tooth93 비단에 전통방식 그대로 작업을 하고 있다. 천연 접착제를 녹이고 천연재료로 물감을 하나하나 만드는 과정. 비단을 정련하고 수없이 덧바르는 과정. 그 고된 과정은 나의 불안감을 감추기에 아주 적합한 방법이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나는 사랑한다. 사라져 가는 것들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수집하고 있다. 나는 불안을 기록하는 수집가다. 나는 불안감이 가득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성인이 돼서까지 계속되는 불안감으로 나의 불안은 어디서 온 것일까? 고민하게 되었고 나의 불안을 파헤치기 위해 불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어린 시절은 마치 물 하나 없는 퍽퍽한 사막 같았다. 어른들은 어린 나에게 무의식적으로 강요하는 여러 가지의 차별 발언과 아이들은 우울할 줄 모른다는 무지한 생각으로 인해 나의 내면은 퍽퍽한 사막화가 되어갔다.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는 보통 밝고 건강함이라는 프레임으로 고정된 경우가 많다. 아이들도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고 자신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 말 할 수 있는 사회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다. 조금 더 빨리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을 알아주었다면 어른이 되어서 감정을 잘 보살피고 따듯하게 자신을 안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2년을 나의 어린 시절에 불안에 대해 그림을 그렸다. 계속해서 어린 시절의 불안에 대해 탐구하고 표현하니 개인적인 불안에서 조금 벗어나게 되었다. 개인적인 불안에서 벗어난 요즘 다시 새로운 불안이 나에게 찾아왔다. 자연 기후 위기 멸종 등 이런 단어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구에 함께 하는 여러 종을 배제하고 살아가고 있다. 같은 인간끼리도 마찬가지고 자연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결국 황폐해진 자연으로 인해 마스크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지구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주의의 삶은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의 설 자리를 앗아가고 있다. 약자를 잊어버리고 배제한 우리에게 멸종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멸종위기종들의 눈이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더 이상 사라짐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싶지 않다고. 멸종 위기 이 단어는 이제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코앞까지 다가온 말이라고 생각한다. 새들은 가장 빠르게 멸종이 되어가고 있는 동물 중 하나이다. 새들은 매년 그 자리에 다시 찾아온다. 나는 불안감으로 아무것도 못 하고 멈춰있는데 새들은 무슨 일이 있든 다시 그 자리로 찾아와 주었다. 나의 불안을 어쩌면 다스릴 방법을 새들에게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찾아왔다. 끝없는 불안은 어린 시절의 개인적인 불안에 관한 고찰의 시작으로 사회적 불안으로 확대가 되어가고 있다. 나는 오늘도 불안을 기록하는 수집하는 수집가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혹 당신의 불안은 어디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