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OOM

신수영작가

평면

한국사회는 특히나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으며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흔히 ‘눈치 사회’라 부르기도 하는 이 사회에서 시선의 억압에 의한 정신적 아픔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눈치 보는 행위가 사회를 살아가는 것에 있어 불가피한 처세술이라 할 수 있지만, 그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잃게 된다면, 타인을 향한 그 일련의 가치와 노력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나를 포함한 주위의 많은 지인들이 정신적 아픔에 시달리고 결국은 그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모습을 접한 입장에서 정신적 질환의 비율이 늘어나는 이 사회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고자 했다. 나는 손수건, 다시 말해 가면이라는 소재를 통해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진 작업을 이것의 시작점으로 잡았다. 다양하고 화려한 색상의 손수건(가면)을 통해 본연의 자아(본성)를 무시하는 행위, 또 그 행위를 통해 더 이상 본연의 자아를 분간할 수 없는 심리적 상태와 그 상태를 직면하게 된 ‘나’라는 존재를 작업으로 풀어 나간다. 어린나이에 해외에서 살며 겪게 된 인종적 차별을 넘어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내향성의 외로움을 전적으로 자신의 탓으로 돌려 본연의 ‘나’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결심을 하게 된다. 초등학교 때 팔에 난 외적상처를 가리기 위해 꽃무늬 손수건을 두르고 다닌 것처럼 타인의 평가가 무서워 자연스러움을 가식성으로 가리는 행위를 하게 되는데, 그동안의 나는 이 손수건이 보이진 않지만 늘 가면처럼 쓰고 다니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모습은 나에게 국한된 것이 아닌 현대인의 모습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