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OOM

박지혜작가

평면

저는 작업을 통해 '자연'이 가진 본질적인 무한한 힘으로 관계 화합과 회복, 치유를 꿈꾸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생명의 ‘순환’과 ‘갱신’이라는 자연의 섭리는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큰 위로를 줍니다. 우리는 항상이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 자연과 공존해왔습니다. 그러나 유례없는 전염병의 시간은 일상을 특별하거나 어려운 일로 만들었고, 이제는 당연하게 여기던 자연과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하며 자연 공간을 갈망하는 데 이르렀습니다. 코로나라는 질병뿐만 아니라 전쟁, 기후 위기, 자연 재해 등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혹은 인간의 욕심이 불러일으키는 능동적인 행동으로의 파괴되는 자연물들을 바라보며 '위기를 만들어낸 가해자는 바로 문명과 인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작품을 통해 ‘생’과 ‘사’ 사이에서 쉽게 구겨지고 찢겨진 자연 속 동식물들을 통해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과연 우리의 헤테로토피아인 자연은 대체될 수 있는 무한함일까?'하는 질문을 가지고 작업에 임했습니다. 저의 작품은 아름다운 헤테로피아, 자연물과 풍경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과 갱신을 거듭하는 삶의 고리가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을 경고하는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대 삶에서 바라보는 도시와 자연, 사회, 인간에 대한 이면을 탐구하고 재해석해 새로운 공간으로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작품 속 제시된 헤테로토피아 공간은 무엇이든 이뤄지고 갖춰진 완벽한 장소가 아니라. 오히려 이와 정반대로 육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섬뜩하리만큼 빠르게 소멸되고 사라져가는 공간에 대한 소고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인간에겐 육체적, 정신적, 이념적으로 낙원을 갈망하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고, 이에 대해 시간을 쏟아 치열하게 고민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소중한 낙원은 평범한 삶, 우리의 아주 가까이에 공생하고 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