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OOM

윤다경작가

평면

자연과 그들이 이루는 풍경을 그립니다. 화단에 새빨갛게 물든 꽃이 두 송이 피었습니다. 탐스러운 붉은빛이 시선을 끌던 꽃은 점점 저물어 갔고 다음 해 다시 돌아오듯 또 다른 꽃을 피워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꽃은 내가 보았던 붉은 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두 송이의 선명히 붉게 빛나던 빛깔은 서로 색을 나눠가진 듯이 조금 옅어졌지만 더 많은 꽃송이를 피워내는 것을 보며 언제나 변함없이 돌아올 것 같던 자연인 줄 알았지만 내가 그 순간 보았던 풍경의 색과 형상, 공기와 온도의 기분은 그때와 같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 것 같습니다. 그저 예쁘네라고 말하고 사소하게 지나쳤을 풍경 속에도 어느 한 가지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색들이 그들을 이루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계절의 형상, 시간에 따른 빛의 파장, 혹은 온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시각적인 다양함이 눈길을 멈추지 못하게 하였고, 자연물들이 이리저리 뒤엉켜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그 속에서 그들 나름 질서를 이루고 있는 듯 자연스러운 편안함에 정서적인 감동과 휴식을 얻기도 하고, 이 순간과 달라질 그들의 모습에 지금 보고 있는 것들을 놓쳐버릴까 아쉬워하기도 하고 변화에 기대를 품기도 합니다. 그때의 형상들을 캔버스에 복각하는 작업을 합니다. 나의 눈으로 인지했던 그들의 색과 형상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되기를 원합니다. 색들을 덮고 추가하는 작업을 반복하며 작업을 이어나갑니다. 자연의 색들은 어느 한 방향으로 표현하기 어려웠고 물감을 중첩시켜 미묘한 색의 변화들을 붙잡으려 합니다. 선명한 재현을 통해 단순히 보이는 것을 넘어서 그때의 감동 역시 되새길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