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송하작가
영아티스트
잊힌 시간들을 화면위에 재현하고, 그 시간들이 관객 각자의 사유로 연결되는 것을 바라며 작업한다.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는 행위를 통해 과거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기억된 과거는 대개 특별한 사건과 연결되어 꼬리를 물 듯 현재로 이어지지만, 미처 기억되지 못한 과거는 마치 사라지는 듯하다. 과연 내가 제시하는 화면이 촉매가 되어, 누군가의 무의식 속 기억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까?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작업은 되풀이된다. 작업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과거의 시간, 그리고 무의미하게 지나간 시간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개인에게 인지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출발한다. 감각적 경험의 장으 로서의 화면이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고, 저마다의 기억을 바탕으로 과거의 시간을 재구성하 는 사유의 장이 되기를 희망하며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따라서 나의 작업은 특정한 개인적 경험을 환기하기보다는, 관객이 한번쯤 마주했을 평이 한 경험들을 상기시킬 수 있는 소재들을 주요하게 등장시킨다. 낯선이들의 일상의 단면들이 전하는 장면은 특별한 사건보다는 누구나 겪게 되는 일상과 쉬이 연결된다. 나는 이렇게 흔 히 목격하는 일상의 사물을 소재 삼아 화면에 등장시킴으로써, 작업을 보는 이들이 각자 지 닌 시간의 흔적을 조용히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 이때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단순한 시각적 재현물에 머물지 않는다. 관객의 감각을 자극해 그들의 사유와 기억을 확장시키는 기호로서 역할을 하며 더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매개체 로 작동한다. 이들은 단순히 지나간 시간을 지시하지 않고, 그 시간들이 우리에게 어떤 방식 으로 인식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잊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계 속해 질문을 던진다. 이들로 돌이켜지는 감각을 따라 잊힌 기억을 상기시키고, 그 기억이 다 시 새로운 사유의 출발점으로 역할할 수 있는 단초로서의 작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