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작가
영아티스트
나의 작업은 즉흥적으로 그려 내려가는 선을 통해 드러나는 무의식의 감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익살스러우면서 적나라한 감정의 표현들은 캐릭터가 되어 저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감정을 마치 정당화하듯이 구체적으로 그려 나간다.
드로잉의 즉흥성 탓에 캐릭터들은 질서 없이 합의되지 않은 형태들로, 가끔은 팔과 다리가 겨우 달린 찰흙인형에 가까운 모양으로, 때로는 누군가를 연상하여 그린 듯한 구체적인 얼굴의 인물로 탄생된다.
기이하면서 귀여운 이중성을 지닌 감정들은 당황할 새도 없이 관객을 키득거리며 웃게 하다가도, 어딘가 본 듯한 상황의 양태에 잠시 자신의 경험의 모양들을 포개어 보는 시간의 공간을 만든다.
그려내는 손의 끝에서 마치 떨어져 나가듯 탄생한 캐릭터들은 나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적인 존재가 된다. 이들은 마치 복화술을 하듯, 다른 방법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표현들을 소리치고 분출하며 활개친다. 이러한 과정은 그림 속 작가가 부재한 듯한 착각을 일으키지만, 결국 캐릭터는 나의 다른 가능성이며, 캐릭터와 나, 둘 사이의 연결 또한 나 자신이다.
나의 캐릭터들은 내가 살아가는 사회의 단면과 양태, 그리고 그 앞에서 다져지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부끄러움도 눈치도 없이 쏟아내는 살아 있는 주체들이자, 나의 꼭두각시이며, 나와의 관계, 그리고 나, 캐릭터, 관객을 잇는 연결이다.
드로잉에는 수첩이나 스케치북에 연필, 붓펜 등을 사용하고, 페인팅은 유화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방식을 따른다. 또한 2021년부터 지속해온 영상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