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OOM

이대엽작가

입체

대리석이 조각되어지기 이전, 점유하던 공간을 제거하고, 제거된 공간을 가시화하여, 네거티브 스페이스를 넘어 가시적인 실(失)공간을 표현하고자 한다. - 작가노트 눈 앞에 같은 형태인 두 개의 조각 작품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작품은 하나의 돌덩어리에서 조각돼 만들어진 석조 작품, 다른 한 작품은 용접, 캐스팅, 소조 등 석조와 다른 방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이 두 조각의 형태에서, 우린 무엇인가 다름을 느낀다. 그것은 기술적인, 난이도의 차이일까? 수정이 가능한, 붙여나가는 가소성의 재료를 이용한 소조, 가소성이 없는 재료들까지 붙일 수 있는 구성조각이 석조보다 간단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려움의 정도가 아닌, 물성의 차이일 것이다. 그렇다면, 조각만이 갖는 이 특별함은 무엇일까? 그것은 대상이 점유하던 공간의 제거일 것이다. 석조의 돌덩어리는 원래 점유하던 자신의 덩어리를 제거함으로써 형태를 만들어 간다. 하지만 이는 공간의 비움이 아닌, 새로운 공간의 채움이다. 장, 정방형의 프레임, 상, 하단의 기준은 우리에게 마치 먹고 남은 사과에서 전체적인 형상을 상상할 수 있듯, 조각의 원 덩어리를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이로써 조각의 허 공간은 단순하게 비어있는 공간이 아닌, 새로운 공간, 제거된 공간인 실(失 )공간으로 채워져 있는 새로운 공간을 우리에게 인식시켜준다. 가시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우리에게 주는 석조의 힘은, 다른 물성과는 다른 석조만의 특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처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인 것들에 관심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뚫려있는 이미지는 단순히 뚫려있는 것이 아니다. 보이는 것, 그것 이상의 무언가가 항상 존재하고 있음을,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