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희작가
평면
일상에서 채집되는 소소한 인상들은 차곡차곡 쌓여 나의 삶을 함께한다. 이는 평범하고 무심한 듯하지만 이러한 일상들이 모이면 추억이 되고 그 추억들이 모이면 인생이 된다. 시간이 흐르고 바쁜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면 과거의 기억들은 점점 더 희미해져간다. 그러나 과거를 기록한 사진들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당시의 일상들과 마주하게 한다. 나는 기억 속에서 편집되고 재구성된 과거의 일상들을 담담하게 이미지로 표현한다. 그것은 나의 삶을 반추하는 것인 동시에 잃어버렸던 시간들을 되살리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의 사진들을 볼 때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이 되살아나듯 ‘그림’이라는 매체를 통해 나의 감정을 공유해 보고 싶다. 수묵은 담담한 색감을 가지고 있어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으나 그 자체로 모든 것을 제약 없이 표현할 수 있다. 나는 먹이 주는 담백한 표현으로 깊이감이 느껴지는 작업들을 시도하고 있다. 작품 활동을 통해 무채색도 충분히 화려할 수 있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힘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 보이고 싶다. 작품에 등장하는 소품은 풍경 이미지 속에서 느끼는 나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소품을 인형으로 택한 이유는 눈과 입을 통한 표정을 통해 마치 그 공간에서 힐링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품이 가진 넓은 의미는 작품 속 과거의 공간 속에 있던 나를 대입시킨 것이기도 하다. 소품은 화폭 속 오직 하나씩 등장하나, 그 존재만으로도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일상 풍경 이미지에 의미를 갖는 소품들을 조합하여 화면을 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차별화된 표현, 소품 등을 활용한 시도를 통해 평범하지만 나만의 색깔이 입혀지고 개성이 드러나는 공간을 창조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