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시영작가
평면
무작정 다시 “그림 그리기”를 결심한 후, 우연히 본 John Singer Sargent의 그림들 속 인물의 눈빛에 반해 인물화를 시작했다. 그림 속 인물의 지위를 보여주는 의상이나 배경, 그리고 제스쳐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눈에 반했었고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서툴게 흉내내기식으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림 속 인물에 나의 사소한 이야기를 담는 재미가 생겼다. 그렇게 그림들이 하나 둘 쌓여가다 보니, 사람들이 그림 속에서 나의 비밀스러운 감정들을 읽어낸다. 전통적이고 정직한 인물화는 싫다. 해석이 제각각인 추상화도 싫다. 나를 지배하는 감정은 나의 그림 속에서 인물의 춤 선이 되고, 벽에 끄적인 낙서가 되고, 아이스크림이 되고, 핫도그가 되고, 어두운 방안이고, 담배연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