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희작가
히든아티스트
작품 속 가상의 공간인 거대한 숲은 또다른 현생을 닮은 상상 속 레이어로서 현재의 시공과 연결되어 있지만 실존하지 않는 공간이다. 그 가상 공간 안에 무작위로 배치된 존재들은 현세에서 무용함을 감내해가며 순간순간을 살아 내고 있는 생존자들이며 그들의 지극히 사적인 삶의 소중한 모멘텀들을 나타낸다. 무작위로 배치된 장면 장면들은, 자신 또는 타자들의 삶 속 유의미하고 밀도 있었던 어느 지점, 생명이 선연하던 시점들을 상기시킨다. 현세에서는 존재론적 한계성에 더해진 구조적인 한계로 완전히 구속되어 파리해진 그 생존자들은, 이 가상의 생추어리 안에서는 그 한계를 벗고 무용함의 자유를 누린다. 그것은 곧 가상의 시간 속 존재론적 불안정성과 소멸의 두려움을 벗어난 탈존재적 자유이며, 더불어 가상의 공간 속에 거하며 존재의 사회적 의미에서의 낙오의 낙인을 벗는, 소외의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이기도 하다. 존재들은 그 용도와 기능에 대한 판단이 용해되어 사라진, 무용함을 포함한 ‘존재 자체’의 모습들로, 어쩌면 태어난 모습 그대로의 모습으로 회복되길 바라며 또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잘못을 용서받기를 바란다. 그 소망들은 시간이 머무는 계절이 공존하는 이 생추어리에서 소중한 장면들로 하나씩 떠오르며 각자의 모습에 대한 실존적 대면을 통해 시각화 되고 구현되고 있다.